언론보도
[김경렬의 자본시장 뷰] 메타버스 투자 딜레마
- 작성일2022/08/1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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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TV에 NFT 플랫폼을 탑재키로 했다. 이용자들이 TV를 통해 NFT 작품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구매해 전시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의 NFT 플랫폼은 CES 2022에서 최고혁신상도 받았다.
같은 날 공교롭게도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 강화가 골자다. 공정위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 가상구매, NFT 등 디지털 콘텐츠 거래에서 소비자 보호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초월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인 메타버스(Metaverse)는 더이상 우리와 동떨어진 세계가 아닌 시대가 됐다. 자칫 가상화폐에 대해 무관심했다가는 미래에 뒤쳐지진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수많은 일반인들도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비롯해 NFT와 접목된 가상화폐 등의 투자에 적극 뛰어드는 분위기다.
실제로 필자에게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문의하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투자 형태도 다양하고, 자산의 운용 방식도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진화한다. 자본시장법 등 법률의 규율을 받지 않는 영역에서 투자자들이 강구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유사수신행위 내지 사기죄로의 고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정도가 다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개인투자자 선택에 따른 손실 위험이니 방치해 두는 경향이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콘텐츠를 창작한다. 또 기존의 콘텐츠를 이용 혹은 유통하면서 또 하나의 경제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런 기조 속에 어느새 메타버스가 세상의 중심이 돼가고 있다. 하지만 정보 불균형이나 무지한 접근에 대한 보호장치는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것이 메타버스가 지향하는 이상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정교하지도 않고 절제되지 않은 칼날로 메타버스 시장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도 문제다.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 있어 규제당국이 무심하게 휘두르는 칼날은 자칫 시장 자체의 후퇴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
공정위는 작년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시장변화를 규율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이 전통적인 통신판매 방식의 거래를 전제로 규정돼 변화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광고게재, 청약접수, 대금수령, 결제대행, 청약철회 등의 거래에 대한 규율 체계를 재정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개정안은 기존의 ‘통신판매’ 개념을 폐지하고 ‘전자상거래’ 개념을 중심으로 법령 체계를 재정비하며,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새롭게 정의해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대상을 온라인 플랫폼 거래까지 확대시켜 디지털 경제에서의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혁신을 막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 과잉 규제라는 의견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메타버스와 NFT는 초기 구현 단계다. 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경제 주체간 거래패턴을 어떠한 형태로 구현하고 제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시장 형태도 크게 변화할 수 있다. 공정위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 가상구매, NFT 등 디지털콘텐츠 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장치 작동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어디까지가 ‘가상구매’이고 어떤 방식의 거래가 ‘디지털콘텐츠 거래’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다.
메타버스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개념이다. NFT에 대해선 가상자산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메타버스에서 이뤄진 거래가 현실의 거래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두 세계에서 소비자보호장치는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법적·정책적 근거가 마련돼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 증권으로 판단, 논란을 불러왔다. 뮤직카우의 경우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저작권 사업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받을 수 있는 권리인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구조를 갖고 있고, 금융당국은 위 청구권이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나눠 갖는 형태의 증권성 상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투자자 보호 의무 등을 이행해야 한다.
메타버스로 새롭게 만들어진 시장에 대해 세부적인 기준과 계획이 뒤따르지 않는 규제는 재앙일 수 있다. 과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혁신을 막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행정관료 뿐만 아니라 경제계, 학계 등 모두의 고민이 절실한 시기가 왔다.
■ 김경렬 변호사 프로필
케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현), 서울대 법대, 사시 46회, 법무법인 세종,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현), 금감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이의신청위원회 위원(현), 손해보험협회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심의위원회 위원(현), 성남수정.용인동부.용인서부 각 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위원(현)